본문 바로가기

내 작고 소중한 고양이에게 보내는 편지

No.3




안녕, 꿀아-
누나가 바쁘게 보내느라 한참만에 이렇게 글을 쓰네
병원도 다녀오고 아가들이랑 놀러도 다녀오고 집을 제법 비웠는데 그동안 집이 엉망이라 밀린 집인일도하고 정신이 없었네
그래도 꿀이 생각한번씩 하고 그랬단다
내가 며칠씩 집 비웠다가 돌아오곤하면 유난히 냥냥거리고 예뻐해달라고 누워서 발라당 비비곤했는데 이번엔 돌아와서 그런 니가 없어서 허전했어
네가 떠나고 한달이 조금 지났을뿐인데 왜이리도 오래 지난거같은지 모르겠네..
너무 잘 지내는거같아보인다고 서운해하진않을꺼지?
그만큼 네가 없는 빈자리를 다른 냥이들이 잘 채워주고있어
우리 꿀이를 내가 안방자석이라는 애칭으로 항상 불렀었는데 요즘은 안방문이 열리면 랑이가 부쩍 자주 들어와있곤해
종종 앉아있던 식탁 벤치의자에는 슈가 자주 앉아있기도하고
안방문이 닫혀있을때 자주가던 컴퓨터방에는 모리가 잘 가있기도해
네가 떠나기 얼마전 만들어준 다용도실 공간에도 모리가 종종 가서 쉬곤하더라구..
생각해보면 안방에와서는 한참을 움직이지않을만큼 우리 베게에 항상 자리잡고 쉬던 너였는데
안방문 닫아두고나면 네가 편히 쉴곳이 잘 없어서 여기저기 옮겨다니고..
그게 신경쓰여서 이렇게 저렇게 마련해줘봐도 항상 너의 1순위는 안방베게였는데
조금 더 들어오게 해줄껄싶은 후회가 참 많이도 남는구나
그리고 아직 누나는 가끔씩 집안일하며 왔다갔다하다가 모리를 마주치면 순간적으로 널 보게되
니가 있을땐 그런적이 한번도 없었는데..
네가 떠나고나서는 모리 마주칠때 한번씩 니모습이 보여서 놀래기도하고 니 생각이 나더라
모리가 널 닮아서 그렇겠지..?
그래도 누나는 생각보다 많이 슬퍼하지않고 니생각나면 나는대로 생각하고 잘지내고있어

누나가 처음에는 너 떠나보내고 떠날때 붉은실 챙겨가서 다리에 묶을껄 그랬나싶은 생각도했거든?
그러면 나중에 또 다시 만날수 있다고해서 그런생각을 며칠 했었거든
그러다가 누나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쓴 글을 보게됬는데 그집 냥이가 붉은실 매달아도 마음에 안들면 끊고 달아날 성격이라고 그냥 오고싶으면 다시오고 아니면 다른데가도 된다고 그렇게 썼더라구..
그 글 보고나서는 누나도 너한테 붉은실 묶지않은거 후회안하기로했어
누나가 너 있을때 크게 잘해준거도 없는데 내 욕심에 그렇게 내 연으로 너 묶어뒀으면 그 글보고 오히려 후회하지않았을까 싶어
지금 지내는 무지개별에서 잘 지내다가 누나 기다려주면 누나는 너무 고맙고 좋겠지만
혹시 다른 더 좋은 연이있어서 누나 안기다리고 가버려서 우리가 다시 못보더라도 괜찮아
아직은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아프지만 괜찮아

오늘따라 우리 꿀이 목소리 듣고싶다..




'내 작고 소중한 고양이에게 보내는 편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No.4  (1) 2023.10.26
No.2  (1) 2023.09.12
No.1  (0) 2023.09.08